
스티븐 킹에게도 이 작품은 퍽 의미가 깊었나보다. 스스로 이 작품을 두고 '전환점이 된 소설(crossroads novel)'이라고 소회를 밝혔다고 하니..
이 작품에 감명을 받은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책을 몇 권 사서 주위 사람들에게 돌렸다고 한다. 일본의 어느 문학평론가는 '댄스 댄스 댄스'에 나오는돌핀 호텔이 '샤이닝'의오버룩 호텔에서모티브를 얻은 것 같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아무튼,
스티븐 킹 초기작에 있어서 정점을 이루는 이 작품으로 평가되는 이 소설을 'carrie' 다음으로 선택한 것은 'carrie'의 서평속에서 얼핏 본 그 줄거리 때문이였다.
"호텔에 고립된 일가족,고립된 상황 속에서 점점 미쳐가며 자신의 가족들을 죽이려드는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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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뭔가 여러개가 있을 경우 뭘 골라야 할까 무척 망설이게 되는데(가령,과일 가게에서1000원에 10개 짜리 귤을 골라야 할때..어떤 녀석을 골라야 1만원에 10개 짜리 귤 같을 것인가..귤 표면의광택, 색깔, 감촉..등등을 분주히 따져야 하는 피곤함이란..ㅜ.ㅜ..)이번에는 망설임 없이 샤이닝을 집어 들었다.
첫 장에서 이야기의 가닥이 잡히는 페이지까지는 도서관에서 읽었다. 실은 도서관에서 다 읽으려고 했지만, 오후의 햇살이 너무나도 나른했고,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알 길없는 미국史가 머리 속에서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속독을 방해했다. (그냥 나중에는 오버룩 호텔을 유혈과, 음모와, 치정..따위가 난무하게 만드는 배경으로 러프스케치해, 역사에 대한 서술 부분은 걍 대륭 읽어버렸다..ㅜ.ㅜ..)
내가 처음으로 접한 스티븐 킹의 저서는 '유혹하는 글쓰기(원제 on writing)'였다. 대학 시절, 소설론을 가르치던 교수님은 작문과 관련된 책으로 이태준의 '문장강화' 를 추천하셨지만, 문장강화는 내게 문법서로 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글짓기에 있서,문자의 매커니즘이 아닌 사유의 매커니즘으로 접근하는...뭔가를 나는 찾고 있었는데 그 때 만난 게 유혹하는 글쓰기였다.(근 10년 전쯤의 일이지만..- -)
나에게 유혹하는 글쓰기와, stand by me로 각인된 스티븐 킹인지라...나는 그가 갖고 있는 대중문학적 세계에 익숙하지 못했던 고로..샤이닝에 몰입되는데 나의 편견이 크게 방해되었다.
-첫번째 편견..
신비한 능력(초능력?)을 지닌 대니.그능력을 '빛'으로 비유해대니가 지닌 예지력과 독심술은 소설내내 복선과 암시의 역할을 한다. 그런데 내 머리 속에서걸리적거리는 것...왜 또 초능력일까??빛을 지닌 또 다른 인물로 그려지는 '할로런'은 또 어떻고..대니와 할로런 서로의 텔레파시로 꾸며지는 소설의 결말 부분이란..얼마나 황당한가..
-두번째 편견..
야사를 방불케하는 정치가에서 사업가, 연예인들로 얽히고 설힌오버룩 호텔의과거의 고증은 한 순간판타지가 돼버려 얼떨떨했다. 소설에 말미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유령들이 출몰하고 개개의 유령을 지배하고 관리하는 호텔...
-세번째 편견..
전정나무와 207호실 여자의환상..소설 속에서 잭 토런스, 대니 토런스, 할로윈 모두 사자와 토끼로 가지치기 된 전정나무에 공격으 받는다. 그러나 마지막 순서로 할로윈이 전정나무에 공격을 받아 피를 흘리는 부분에서도 나는 '환각이겠지..'하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그러나 소설은 정말로 전정나무가 사람을 공격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호기심에 207호실 문을 연 대니, 아이는 207호실에서 죽은 늙은 여자의 시체의 공격을 받게 된다. 나는 이것도 대니의 환각이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깐..나는 내내 대니의 빛도, 유령호텔도, 전정나무도...모두 환각이라 생각하며 읽었더랬다.ㅜ.ㅜ..
이와 같은 비과학적인 요소들만 제외한다면 'The shining'은 빼어난 이야기이다. 공포적 요소를 점점 배가시키는 요소들, 가령 말벌집, 보일러, 폭설, 고립, 돔 속의 시계 그리고 이것이 더 공포스러울진데..잭 토런스가 미쳐가는 과정..
나는 이 부분에 매혹돼 위와 같은 착각과 충돌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이 책을 읽어나갔다.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하고, 가정을 이루고..이런 평범한 생활을 영위하던 사람..소위 보통사람은..어느 순간 갑자기 미치지 않는다.
사람이 미치는 데에는 이유가 있으며, 그 양상을 보여 주는 것이 이 소설의 묘미라고 생각든다.
잭 토런스...
그는 부러울 것 없는 가정을 꾸리고 안정된 직장을 얻고 작가로써 탄탄대로를 달리 수 있었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 그의 삶은 해피엔딩이 아닌 비극으로 치닫게 된다. 비극의 선상에서 잭은 생각한다.
"내 삶은 수동태야. 내 삶은 그 상황에서 그렇게 돼가고 있었던 거야.나는 나빠지고 있어. 그렇게 돼가는 거야."
폭력을 행사하던 아버지와 이에 무기력했던 어머니, 잘난 제자에 대한 비틀어진 시기심과 아들의 손목을 비틀어 부서지게 했던 자신의 폭력성....그리고 말벌집으로 상징되는 파괴돼가는 자신의 삶에 대한 공포를 곱씹으면서..
주성(走性)이란 것이 있다. '생물이 외계에서 받는 자극에 대하여 행하는 방향성이 있는 운동'이란 뜻인데 주로 물리적인 현상에서 두드려지게 나타난다. 식물이 햇빛을 향해 자라는 주광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사람의 마음, 태도에도 주성이 있는 듯하다. 일전에 아내가 사고로 하반신불구가 된 후, 남편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방황하며 아내는 남편을 원망하는, 파탄으로 치닫는 어느 가정의 이야기를 접했다. 이 이야기에서 귀가 솔깃했던 것은 이 가정의 이야기를 들은 어느 신경정신과 전문의의 이야기다.
"어떤 불의의 사고를 당한 가정이 있을 때 그 중의 10%의 가정은 그야말로 파탄이 납니다. 하지만 10%를 제외한 나머지 가정은 오히려 사고 이전보다 훨씬 긍정적이고 희망차게 살지요..."
사람에게 주어진 나쁜 마음, 나쁜 상황은 두드려지게 주성을 띄는 것 같다. 계속해서 나빠지고자 하는 마음, 계속해서 상황을 극단으로 치닫게 하려는..
'샤이닝'이 의미있는것은 나빠지려는 마음과 상황을 모두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과도.
문학이 갖는 효용이 이런 데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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